2006년 5월 13일 7시 30분, 장충체육관 앞 거대한 인파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nonie.
최근 한국 힙합 음악의 동향이 궁금했던 차라, 투자자님(?)의 협찬을 얼씨구나
덥석 물어 가게 되었지요. 그 구하기 힘들다는 표도 필요없이, 빨간 스탭증 목에 걸고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한 자리 차지했습니다. 스탠딩은 커녕 임시 좌석인데다
무대 오른편 사이드라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들어간 것도 감사하면서 잘 보고 왔습니다.
무브먼트. 한국에선 도무지 형성될 것 같지 않던 힙합 Crew문화의 축을 형성해
지금까지도 그 파워를 이어가고 있는 거대한 힙합 집단. 소속사도,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같은 음악 세계를 추구한다는 것만으로 뭉친, 힙합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패밀리 체제.
이 좁은 한국 땅에서, 게다가 더더욱 좁아 터진 한국의 힙합 판에서, 패를 나누어
서로 대립하는 모양새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던 터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직접 만나고 나면
'그들만의 리그'를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첫번째였구요. 이 모든 아티스트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결코 흔치 않은 "대형 힙합 콘서트" 포맷도 관심거리였습니다.
다이나믹 듀오, 에픽 하이, TBNY가 오프닝을 끊으며 콘서트는 화려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시작때부터 나이키의 '투혼' 광고가 대대적으로 나오고, 태권도 복장을 한 가수들의
가슴팍에도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을 보니, 스폰서쉽이 공연 개최에
한 몫 한건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는 요즘 공연계에선 너무나 당연한 공생 관계이기도 하죠.
중앙 스탠딩석의 관중들은 과연 그 자리에 어울릴 만큼 열렬히 무브먼트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10대 중반~20대 초반 정도로,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해 보이더군요.
올블랙, 더블K, MCK 등 아직은 언더씬에 속하는 팀들의 공연 때는 다소 사그러들던
열기가, 바비킴&부가킹즈의 등장으로 다시 뜨거워지더군요. 우수 어린 보이스에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쓸쓸하고 애절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그들의 라이브는
관중들의 합창과 함께 무대를 달구었습니다. 재치있는 쇼맨쉽과 복고풍 교복 차림도 재밌었구요.
오랜만에 본 은지원과 양동근도 반가웠습니다. 특히 양동근, 최근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어서인지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앨범 낸지 5년이 지났는데도 그 간지나는 댄스 실력은
여전하더군요. 정말 멋있었어요. 잠재적인 상품성이 대단한 엔터테이너였습니다.
리쌍 & 정인
타이거 JK의 쾌유를 비는 리쌍의 무대에서는, 노홍철과 김창렬이 광대복장을 하고 나와
무대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퍼포먼스도 보여줬구요. 관중석 한 가운데에 앉아 있던
싸이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습니다. 특히 좋았던 건, 그 전까지는 MR과 간간히 DJing에
의존하던 공연인데 반해, 리쌍의 공연때는 윈디시티가 세션을 해주었다는 것.
아쉽게도 이미 시간은 11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고,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가 한창
네번째 곡을 시작할 무렵에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좋았던 점은 '힙합 콘서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죠.
대형 전광판에 빠르게 돌아가는 영상들은, 전체적인 공연 분위기에 참 잘 맞게
제작되었습니다. 무대 양 사이드, 심지어 관중석까지 가수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도 세심한 연출이었고, 재미있는 의상과 퍼포먼스 등 볼거리에
신경을 많이 쓴 점도 높이 살 만 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심각한 단점이 노출되어, 전체적으론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는데요. 바로 가장 중요한 "음향"입니다. 체육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열악한
음향 상태는, 콘서트의 재미를 완전히 반감시켰습니다. 슈퍼 팀들의 히트곡들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체 공연의 한계도 분명 존재했구요. (공연 기획 단계에서는 언더 팀들을
배려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더군요. 하지만 여러 모로 묻힐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
라이브 콘서트가 무색할 만큼 엠알에 많이 의존했던 점은 특히 아쉬웠습니다.
세션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비용상 리스크가 있겠지만, 엠알에 랩만 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아닐텐데 사운드에 너무 신경 안 썼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더군요.
요즘 가요씬에서 힙합의 열기가 다소 수그러든 상황에서, 어쨌든 이 정도의 대규모 공연이
성황리에 치뤄진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어요. 앞으로 힙합이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 어떤 공연을 선보여야 할지 여러 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콘서트였습니다.
또 다녀오신 분들 있으신가요? 궁금...^^ 이상 nonie였습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Otis & Shugg 1집 (Produced by Raphael Saadiq) (0) | 2008.02.17 |
---|---|
Nina simone의 신공을 목격하다! (2) | 2006.05.21 |
[KOCCA 강의 후기] 대중음악 시장의 새로운 경향 (1) (8) | 2006.05.02 |
커먼 그라운드 & 얼스 공연 후기 (@ 홍대 사운드홀릭) (14) | 2006.03.31 |
전세계, 모든 종류의 그루브를 즐기다. Radiopellenera.com (1) | 200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