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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요함 속에 감춰진 폭발적인 열정.."Quiet Storm"이란?
nonie
2006. 4. 4. 19:37
제가 몇 차례 소개해드린 바 있는 외국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의 흑인음악 섹션을 가보면,
장르가 좀 더 세분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SOUL, FUNK, URBAN 이런 건
알겠는데, Quiet Storm이라...이건 도대체 뭐지? 장르 이름인가?" 하는 궁금증, 한 번쯤은
가져 보셨을 겁니다. 오늘은 R&B의 수많은 스타일 중에서도, 이른바 '알앤비-발라드' 라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인 Quiet Storm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흑인음악의 깊고
폭발적인 열정이 멋지게 표현된 용어 Quiet Storm. 과연 어떤 유래로 쓰이게 된 말일까요?
Quiet Storm은 원래 장르를 가리키는 명칭이 아닙니다. 1970년대 중반, 워싱턴 D.C에서
WHUR-FM의 Howard대학 라디오를 진행하던 방송국 인턴 Melvin Lindsey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늦은 밤에 소울풀한 슬로우 잼 음악
을 주로 내보내는 방송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잘 표현하기에 걸맞는 단어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R&B 가수 Smokey Robinson이 발매한 3집의 타이틀 트랙
"Quiet Storm"을 발견한 Melvin은 '바로 이거야!' 쾌재를 부르며 이를 자신의 프로그램
제목에 빌려씁니다. "The Quiet Storm" 방송은 1976년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늦은 밤 4시간 동안 방송되는 "The Quiet Storm"은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키고픈 이들
에게 그야말로 맞춤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세심하게 선곡된 멜로디컬한 소울 음악의
향연은 하루의 피로에 지친 성인 청취자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게 됩니다. 몇 년 후
미국의 모든 흑인음악 방송국들이 이 포맷을 너도나도 차용하게 됩니다.
Melvin Lindsey는 1992년 AIDS로 사망했지만, "Quiet Storm" 포맷은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라디오 프로그램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현재의 Quiet storm은 좀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닙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이
달콤하고 느린 리듬앤 블루스/소울 뮤직과 스무드 재즈를 아우르는 음악 스타일을
통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릴랙스한 템포와 달콤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멜로디가 결합한 로맨틱한 감성의 곡들이 대부분입니다. 장르의 뿌리는
R&B에 기반을 두면서, 재즈의 요소 또한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요함을 뚫고 갑자기 찾아오는 폭풍우처럼, Quiet storm에 속한 많은 음악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
들이 가장 좋아하는 알앤비 스타일도 알고보면 Quiet storm인 경우가 많지요.
Quiet Storm은 70~80년대 이후 사그라져간 Disco나 Funk와 달리, 걸출한
아티스트들의 솜씨로 풍성하게 가지를 치며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힙합과의
접목으로 더욱 하드해진 알앤비가 트렌드를 이루는 지금, Quiet Storm이 다소
주춤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블랙 라디오 스테이션의
늦은 밤 시간은 Quiet Storm의 차지이며, 네오 소울이라는 신 조류에 Quiet Storm이
기여한 바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공헌입니다. 끝으로 대표적인 Quiet Storm
추천 음반들을 소개하면서 끝맺을께요.

Luther Vandross - Any Love (1982)
30년 가까이 굳건한 명성을 지켜온 루더 밴드로스의 음악 여정을 80,90,2000년대로
분류하였을때 제 1막(80년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앨범으로, 초기작들에서 쏟아져
나왔던 리드믹한 히트곡 퍼레이드에서 잠깐 쉬어가는 듯한 차분한 인상을 줍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마커스 밀러와 함께 작업하였으며, Kirk Whalum, Lisa Fisher,
Cissy Houston, James Ingram 등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하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원숙미
느껴지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그만의 음악적 색채를 완전히 정립한 시기의
작품이면서도, 대중들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아 컬렉터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반. Written by 김다영 (jamm)

Teddy Pendergrass - Teddy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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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아니타 베이커, 마빈 게이, 키스 스웨트 등이 대표적인 Quiet Storm
아티스트로 꼽힙니다. 첨부한 음악은 저에게 Quiet Storm하면 딱 떠오르는 바로 그 곡,
By all means의 'The feeling I Ge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