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Nonie입니다. 처음으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도, 모르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작년부터 Jamm이라는 R&B 전문 웹진을
기획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꼈던 몇몇 얘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지금 한국은 R&B의 열병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요 시장의 대세는 R&B라고들 합니다. 2006년 3월 셋째주 벅스의 Top 100
차트 상위권을 보아도 린, 바이브 등 알앤비를 표방하는 가수들부터 이효리, 세븐 등
알앤비를 차용하는 가수들까지, 그야말로 2006년의 한국 대중음악은 알앤비의 춘추전국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흑인 음악'이라 하면 곧바로 힙합을 떠올렸고, 한때 랩뮤직이
대세를 이루는 듯 했지만, 이제는 주류 힙합도 알앤비의 멜로디 라인을 크게 차용하고
있을 만큼, 순수한 힙합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엄청난 결집력을 자랑하던
힙합 커뮤니티들도 지금은 다소 소강 상태로 보여집니다.
반면, 국내 최대 포탈인 다음넷의 까페 현황은 최근의 '알앤비 붐'을 증명하는 듯 합니다.
다음 까페에서 무려 15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음악 커뮤니티는, 바로 '알앤비,소울
동영상 라이브' 까페입니다. 특징이 있다면, 알앤비를 '듣는' 게 아니라 '부르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죠. 목적이야 어쨌든, 탄탄한 커뮤니티 파워를 발판으로
정모 콘서트, 인디 뮤지션 앨범 리뷰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활발히 치뤄내고 있습니다.
'알앤비,소울 동영상 라이브' 까페의 로고
그 많던 알앤비 리스너들은 다 어디로 갔나?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알앤비 가수들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나 알앤비 들어요'
하며 모이는 사람들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단지 "전반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부진 &
1인 미디어(Blog)의 유행"으로만 답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국내 알앤비 리스너들을 크게 분류해 보면, 국내 가요와 메인스트림 팝을 주로 듣는
대다수의 리스너와, 미국 본토의 인디 씬까지 파고드는 '매니아'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고 싶은 그룹은 바로 매니아 층입니다.
90년대 중,후반, PC통신 동호회 시절만 해도 이들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함께 친목을
다지고, 앞서가는 리스너들이 공유한 최신 음악들을 토대로
실력있는 이들이 언더로 진출하는 등 다방면으로 열정을 발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흔해빠진 메인스트림 음악 얘기로 하향평준화된 포털의 '흑인음악' 동호회(주로 힙합이
대세인)에 실망감을 느낀 그들은, 개인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블로그를 통해서
"혼자 즐기기"에 가까운 개념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선 이들 블로그를 일일이 방문해야 합니다. 모여있던 정보는,
인터넷의 바다속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알앤비/소울을 다루는 블로거와, 그 정보를 열람하는 리스너 여러분께 묻습니다.
방대한 자료가 '잠재적으로' 쌓여있는 블로그로의 여행(혹은 노가다;)이 만족스러우신가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음악, 나 혼자(혹은 몇몇이) 즐기는 데 우월감을 느끼고 계신가요?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습니다. 블로거가 얻는 정보도 분명 어느 외국 블로그나
사이트 주인장이 올려놓은 것입니다. 이들이 정보를 공개했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서로가 공유하지 않으면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파이는 점점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갇혀있는 정보는 금새 힘이 빠지고, 혼자만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한편, 지금과 같이 '정보'만 있고 '교류'는 부족한 리스너 간의 단절은 곧 R&B 씬 자체를
빈약하게 만듭니다. 알앤비 뿐 아니라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지, 커뮤니티가 없는 음악 씬은
고인 물과 같습니다. 최근 '가비앤제이','브라운아이드걸즈'와 같은 미디움템포가 '알앤비'
라는 어처구니없는 꼬리표를 달고 계속 재생산되는 것도, 비판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리스너들의 적극적인 의견/정보 교류가 더 나은 음악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단순한 진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는 걸까요?
커뮤니티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소수의 파워 리스너 집단이 다수의 일반 리스너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매니아층이 생겨나 합류하는 이러한 순환 사이클이 힘을 발휘하려면, 지금의 포털
동호회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페이퍼를 발행하는 것도, 전문 웹진을 기획한
의도도 바로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웹진의 경우, 매니아,블로거들은 물론이고 현업
종사자, 아마츄어 지망생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매체가 되었으면 하는게 희망입니다.
그러나 요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HTML 기반의 웹진은 시대에 다소 뒤떨어진다는
회의가 듭니다. 필진들의 블로그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메타 사이트 개념의 웹진이
가장 이상적인데, 기술적인 문제가 걸리네요.(Anybody help us!^^)
분명한 것은,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누구라도 '교류'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원하는 정도가 작냐, 크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단 몇 명의 블로그 이웃만으로 만족 중인
매니아 성향의 리스너도, 예전같은 인간적인 교류에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또한
그들 역시 메인스트림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유명한 알앤비만
주로 듣는 리스너 역시 새로운 음악에 목이 말라 있습니다. 이들을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을 찾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나아가 한국 R&B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지금, 알앤비를 사랑하시는 리스너 분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저와 생각을 함께 하시는 분이나, 혹은 반대 의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댓글이 짧게 느껴지신다면 방명록에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Written by nonie.(paper.cyworld.com/n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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